트럼프가 이와 같이 말하기 몇 시간 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가을에 출시할 신규 아이폰 라인업의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애플이 가격 인상을 신형 아이폰에 적용되는 새로운 기능 및 디자인과 연계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은 가을 출시 예정인 아이폰17에 초슬림 바디를 적용하는 등 일부 디자인과 포맷을 변경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애플 경영진이 가격 인상을 관세 탓으로 돌리는 것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의 경우 지난달 판매 사이트에 관세 비용을 표시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백악관은 이를 "적대적 행위"라며 비판했다. 아마존은 즉각 "이 아이디어는 승인된 바 없고 시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10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통해 서로의 제품에 대한 관세를 90일간 115%p씩 낮추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번 유예 조치에도 스마트폰을 비롯한 중국 수입품에 30%의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애플은 지난 2017년 아이폰X를 출시한 이후 지금까지 플래그십 모델의 시작 가격을 999달러에 유지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규모의 관세 조치를 발표한 이후 애플이 아이폰 가격 인상을 검토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애플은 지난 2월 출시한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16e 가격도 직전 모델에 대비 올렸고 향후에도 필요한 경우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애플은 미중 갈등으로 공급망이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최근 애플 2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쿡은 이번 분기에 관세로 인한 비용이 약 9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당시 그는 가격 인상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오늘 발표한 내용은 없다"고 답했다.
쿡은 트럼프가 관세 정책을 처음 발표했던 지난 3월 이전에 재고를 미리 확보하고 미국 시장에서 판매할 일부 물량 생산을 중국에서 인도로 이전했다. 또 애플은 2분기에 미국으로 출하되는 아이폰의 상당수가 인도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내년 말까지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아이폰 대부분을 인도산으로 대체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인도는 전 세계 아이폰 출하량의 약 13~14%를 차지했고 올해 이 수치가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관세 및 기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다만 WSJ에 따르면 애플은 수익성이 높은 아이폰 프로, 프로맥스 등 고급형 모델은 계속해서 중국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도산 아이폰이 미국 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기술연구업체 테크인사이트의 아빌라시 쿠마르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2026년 말이나 2027년 초가 됐을 때 인도가 미국과 인도의 수요를 모두 충족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부품 조달 측면에서 중국이 여전히 큰 중요성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애플이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한 약 6500만대의 아이폰 중 3600만~3900만대가 프로 또는 프로 맥스 모델이었던 것으로 추산했다. 제프리스는 애플이 향후 2년 안에 인도에서 고급형 아이폰 모델 생산량을 약 4000만대로 늘리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과제"라고 평가했다.
애플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쿡의 로비를 통해 일부 제품에 대한 관세를 면제받은 바 있다.